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층을 위한 요양 서비스와 요양 시설 등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보험사들도 요양 사업에 나서면서 시설에 입소할 고령층을 모집하고, 요양 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고 있는데요.
국내 생명보험사 중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생명은 자회사를 요양 시설과 실버타운을 운영 중입니다. 삼성생명도 요양 사업을 전담하는 '시니어리빙 태스크포스(TF)'를 '시니어 비즈(Biz)'팀으로 격상하는 등 요양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죠. ▷관련기사: '규제 풀리는 요양사업' 생보사, 사업 확장 속도낼까(3월25일).
최근엔 KB라이프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스트레스솔루션·앱포스터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프리미엄 실버타운 '평창 카운티'에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스솔루션의 사운드 테라피 프로그램은 심전도 기반 인공지능(AI) 스트레스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입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지원하고, 앱포스터의 건강 측정 반지인 스마트링 브링(b.ring)은 심박수와 수면 패턴 등 주요 건강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는대요.
고령층 10명 중 7명 "이용 의향 있어"
이처럼 생보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신사업. 실제 고령층의 이용 수요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은 자산 4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65~79세의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고령자돌봄주택(실버타운·시니어 레지던스·시니어 주택) 이용 의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장기요양이 인정되지 않는 건강한 상태의 고령자가 설문에 참여했고요.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94.8%가 고령자에게 돌봄서비스가 포함된 전용 주택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특히 현재 거주지 인근에 돌봄주택이 조성될 경우 '꼭 이용해 보고 싶다' 또는 '여건이 맞으면 이용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2.0%에 달해 실제 거주 전환 가능성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합니다.
보험연구원은 고령자돌봄주택 선택 시 고려하는 주요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거동이 불편해진 상황을 가정하고, 복수의 주거 대안 중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도 조사했어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비용으로 △1·2순위 합산 기준 25.6%를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서비스가 21.7%로 나타났으며 △주거환경(15.1%) △병원과의 거리(11.0%) △대중교통 접근성(11.2%) △생활편의시설과의 거리(7.0%) 등이 비교적 높은 응답 비중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책임 결합한 전략 필요
그런데 설문 응답자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고령자돌봄주택보다 공공 또는 준공공 성격의 고령자돌봄주택에 더 높은 신뢰를 표했습니다.
요양시설이나 고령자돌봄주택의 운영주체에 대한 선호도를 '대기업 또는 금융기관 운영 시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2%는 정부 및 지자체 운영 시설을, 67.1%는 비영리법인 운영 시설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개인 운영 시설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0.1%에 불과했고요.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보험회사나 금융기관이 돌봄주택 시장에 진출할 경우 민간 영리 운영자로서의 정체성만으로는 수요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송 연구위원은 "영리법인으로서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되, 사회적 책임성과 이용자 중심의 신뢰성 있는 운영 철학을 함께 갖추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공공 부문과의 협력 모델 구축이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염두에 둔 사업 구조는 수요자의 심리적 장벽을 완화하고 돌봄주택 사업에 대한 신뢰와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어요.
보험사는 사망보험, 연금보험 등 보장성과 자산성을 겸비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거 서비스와 연계된 신규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고요.
특히 금융위원회가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으로 받거나, 보험사가 제공하는 현물·서비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추진하면서 보험사가 기존 보험계약의 사후보장 기능을 생애주기 자산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됐죠. ▷관련기사: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생보사 '종신보험 팔릴까' 기대(3월12일).
특히 서비스형 상품은 요양시설 입주권과 헬스케어 이용권 등 연금 대신 현물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험과 주거를 결합한 상품 전략을 실현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보험사의 돌봄주택 진출이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고령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 중심의 신뢰 설계가 선행돼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