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배당금을 주는 '감액배당(비과세배당)'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금융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올해 말 결산을 기점으로 감액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감액배당은 경쟁 금융지주보다 이익규모나 자본비율 등의 지표가 열위인 우리금융이 이같은 재무지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주환원을 높이는 방안으로 찾아낸 '묘수'였다.
정부가 감액배당에도 과세하는 안을 확정할 경우 우리금융 주주환원 정책의 의미도 퇴색할 것이란 우려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202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다. 여기에 감액배당 과세안을 포함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액배당 과세와 관련해 지난 1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감액배당도 일반배당과 성격이 동일하다"며 과세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현재까진 감액배당 과세안 적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감액배당은 주주가 출자한 돈인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하는 배당이다. 회사가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을 나누는 일반 배당과 달리 주주가 낸 돈을 다시 돌려주는 차원이라 비과세로 분류된다. 배당소득세 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여러 상장사가 주주환원 확대 일환으로 감액배당을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가 처음 시도했고 올해 말 우리금융이 두 번째 감액배당 주자로 나선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 총주주환원율은 40%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금융은 33%에 그쳐 우리금융도 서둘러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총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타 금융지주 대비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은 점도 감액배당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자본준비금으로 배당을 하면 CET1은 방어하면서도 총주주환원율은 끌어올릴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금융지주 CET1은 KB금융 13.67%, 신한금융 13.27%, 하나금융 13.23%, 우리금융 12.42%다.
이익규모나 자본비율이 경쟁 금융지주보다 열악한 우리금융 입장에선 이같은 재무지표를 방어하면서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어서 '묘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상정해 통과시키며 감액배당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금융이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확보할 배당재원은 3조원. 3조원을 3~4년에 걸쳐 감액배당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그렇게 좋다는 '비과세 배당'…왜 우리금융만?(2025.03.21)
우리금융이 감액배당을 결정했을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주주들 수익률이 타 금융주 대비 올해 결산분 기준으로 3.4%포인트, 내년에는 4%포인트 높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시장 반응도 좋았다. 우리금융 주가는 감액배당 계획을 밝힌 이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기대가 컸던 우리금융 주주들은 정부가 과세 카드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선 "정부가 개미들을 벼랑 끝으로 몰겠다는 것", "세금 안 내도 된다고해서 투자한 건데 주식 팔고 나가야 하나", "나라는 세금 뜯어갈 생각만 하나", "주주환원 효과 사라지는 것" 등의 반응이다.
감액배당에 세금을 부과하는게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주가부양과 주주환원 등의 정책 기조와 반대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3조원 감액배당 시 정부는 4600억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은 정부 결정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감액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