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전무)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리더십 교체에 나섰다. 현대카드는 신용판매 이용실적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법인 구매카드 비중이 크고, 주요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파트너 이탈 가능성이 부각되며 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카드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전무) 후보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추천했다고 공시했다. 전임 김덕환 대표가 임기를 약 8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1970년생인 조 후보자는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현대카드에 입사했다. 마케팅전략, 신용판매기획, 금융영업 등 핵심 영역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상무로 승진 후 2017년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했다가 이듬해 재입사했다. 이후 그는 △범용 신용카드(GPCC) △PLCC △금융·법인사업 △카드영업 본부장을 역임했다.
'빨간불' 켜진 수익성
카드업계는 이번 대표 교체에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성 악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638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9.3%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10.7% 증가해 순이익이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경쟁사이자 업계 1위였던 신한카드도 직면한 문제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1906억원) 대비 26.7% 급감했다. 연체율은 0.10%포인트 상승한 1.61%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에 1위를 내준 신한카드는 조직 개편과 희망퇴직까지 단행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독해진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더는 안 뺏겨!(7월3일).
현대카드의 경우 전체 신용판매 이용실적 측면에서 법인 구매전용 카드 비중이 컸다. 구매전용 카드는 기업 간 거래에서 어음이나 외상 거래를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구매전용 카드는 대체로 대형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신용위험이 낮은 기업 간 결제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수수료가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확보나 관계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속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카드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그만큼 내실을 챙기진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누적 현대카드 신용판매액은 71조1236억원으로 8개 전업 카드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신용판매액은 현금서비스·카드론·체크카드 이용액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신용카드로 승인된 모든 금액을 합산한 수치다.
하지만 법인 구매전용 카드 실적을 제외하면 순위가 바뀐다. 신용판매액 1위는 신한카드(67조6041억원)로 바뀐다. 삼성카드(64조2669억원)에 이어 현대카드(63조423억원)는 3위로 밀려난다. 신한카드와는 약 4조원 차이가 난다.
흔들리는 PLCC 파트너십
그동안 탄탄하다고 여겨졌던 PLCC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심 제휴사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일부 대형 제휴사들이 PLCC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탈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타벅스는 지난 6월 계약 만료 시점이 지났지만, 아직 재계약을 확정짓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또 다른 대형 제휴사인 배달의민족·야놀자 등은 이달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이들 파트너사를 놓고 다른 카드사들이 PLCC 제휴 계약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만약 현대카드가 재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브랜드 영향력에도 타격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카드사 한 임원은 "PLCC는 제휴사에 독점 혜택을 몰아줘야 하는 구조라 비용 부담이 크고, 일부 소비자들은 실적 조건만 맞춘 뒤 혜택만 챙기고 이탈하는 '체리피킹' 소비 패턴을 보여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다만 PLCC는 상품과 계약 구조에 따라 비용 분담 방식과 수익 모델이 달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카드는 수익성 회복과 주요 PLCC 파트너들과의 계약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것,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외형 1위'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졌던 수익 구조의 취약성과 제휴처 이탈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새 대표 체제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물론 PLCC 파트너사와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며 "대형 파트너사 중 일부는 경쟁 카드사에 PLCC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해 달라며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만회와 PLCC 파트너사들과 재계약이 새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김덕환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며 "조창현 대표이사 후보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 산업 환경속에서도 미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