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수도권 부동산 불안과 함께 가계빚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낮추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엔 금리를 얼려 숨을 고르고 새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 효과 추이 등을 지켜보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사진=한국은

10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연 2.5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7개월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10, 11월과 지난 2, 5월 0.25%포인트(p)씩 낮춘 바 있다. 

시장은 금리동결 가능성을 예견했다. 금융투자협회가 8일 발표한 '2025년 8월 채권 시장 지표'에 따르면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보는 채권 전문가 비율은 93%로 나타났다. 직전 달 대비 62%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심상치 않은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대출 오름세가 한은 금통위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0.43% 오르며 약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조7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8월(9조7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은 기대심리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되면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기수요까지 자극될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놨다. 이에 더해 이달부터 총대출 한도를 낮추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도 시행됐다. 금통위는 대출 규제 효과를 지켜보며 당분간 시장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한미 금리 차는 2.0%포인트로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격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금이탈과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에 이어 최근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하고 이 중 88%를 3개월 내 집행하기로 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금리인하의 정책 효과를 관망해야 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확정된 2차 추경이 곧 집행될 예정이라 국내 경기 및 물가 그리고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판단에는 시간이 보다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오는 8, 10월에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란 이유도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이 확인된 후 하반기 금통위의 관심은 다시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