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동양생명 신임 대표의 행보에 보험업계 관심이 쏠린다. 과거 신한생명 대표로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 조직 통합을 주도하며 신한라이프(신한생명+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역임했던 만큼 동양생명의 우리금융그룹 안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한라이프 시절과 동양생명 상황은 닮은 듯 다르다. 함께 인수된 ABL생명과의 통합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보험업계에선 ABL생명 재매각 가능성이 지속해서 거론된다.

최우선 현안으로는 동양생명·우리금융의 시너지를 어떻게 낼 수 있을지가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개선하는 것도 성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닮은 듯 다른' 6년 전과 지금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성대규 대표는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을 경험했고, 2016년 보험개발원장을 맡았다. 지난 2019년 신한생명 대표로 선임돼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는데,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 등이 중요한 만큼 성대규 대표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2021년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한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역임하며 두 조직의 안정적인 결합을 이뤄냈다.

성대규 대표가 지난해 9월 우리금융에 합류해 동양·ABL생명 인수 과정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자 보험업계에선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초대 대표를 맡는 수순으로 일찌감치 예상했다.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역할과 자회사로 편입된 후 보험사 초대 대표를 맡았다는 점은 과거 신한라이프 대표 시절과 유사하다. 다만 내부 사정은 당시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신한라이프 시절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조직을 결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반면 우리금융에 편입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각자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두 생명보험사 인수를 결정한 초기에는 인수 후 양사를 통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기류가 크게 바뀐 상황이다.

실제 우리금융도 동양·ABL생명 통합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ABL생명이 모두 생명보험사지만 전혀 다른 회사로 각사를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두 회사 대표를 각각 선임했고 합병 계획은 현 시점에선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우리라이프'와 '우리금융라이프' 등 상표를 특허출원 했는데, 이는 양사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브랜드 선점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보험업계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인수를 원했지만 함께 보유하고 있던 ABL생명까지 패키지로 인수하게 되면서 향후 ABL생명의 재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엔 마땅한 인수자가 없지만 추후 매수자를 물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성대규 대표는 매각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룹 시너지·킥스 비율 개선 최우선 과제

보험업계에선 동양생명이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시너지를 통한 수익성 개선 등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리금융이 금융위로부터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자 동양생명 보험금지급능력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계열로부터 비경상적인 지원가능성이 강화됐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성 대표는 신한라이프를 이끌면서 보험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했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역시 자사 모바일 앱(우리WON뱅킹)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시니어 사업 진출 등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모바일 앱과 은행 창구 등 다양한 채널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와 소비자 측면 모두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다른 금융지주처럼 보험사 연계를 통한 시니어 사업 확장과 자산운용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대규 대표의 경영 성과를 통한 수익성 확보는 건전성 지표 개선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동양생명 1분기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27.2%로 금융당국의 완화된 권고기준(130%)을 밑돈다.

현 시점에선 동양생명에 대한 우리금융의 추가 자금투입 계획이 없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킥스 비율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