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성인을 대상으로 첫 건강보험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특약을 패키지화하고 모바일 기반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인데요.
카카오페이손보의 건강보험은 보험상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보험에 익숙지 않은 젊은 신규 고객 유입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의 차별화된 상품 기획 역량과 플랫폼 기반의 확산력이 실제 성인 대상의 장기 보장성 보험 시장에서도 통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보장에 패키지 추가…상품 이해도↑
카카오페이손보의 성인 건강보험은 암·뇌혈관질환·허혈성심장질환 등 주요 중대 질환 진단비를 중심으로 한 5대 기본보장과 8가지 맞춤형 패키지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에요.
건강보험 기본 보장은 △암진단비(유사암 제외 90일 면책·이하 동일) △유사암진단비 △뇌혈관질환진단비 △허혈성심장질환진단비 △응급실 내원진단비 총 5가지 담보를 보장하며 보장 범위에 따라 기본형과 든든형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본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암 △뇌·심장 △수술비 △여성 질환 △계절성 질환 △골절·화상 △스트레스성 질환 △소화기 질환 등 8가지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각 패키지는 '직장생활·스트레스 패키지', '음주·식습관 패키지' 등 어려운 특약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한 점이 돋보이는 상품입니다.
100세 시대에 80세 만기, 왜?
카카오페이손보의 이번 건강보험은 가입 가능 연령이 최대 만 49세, 보장 만기는 80세까지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20~40대 가입자층을 핵심 타깃으로 삼은 전략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비갱신형 상품'이라는 점인데요. 최초 가입 시 산정된 보험료가 계약 만기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총 납입보험료를 예측하기 쉬워 장기적인 재정 계획 수립에 유리합니다. 건강 상태가 악화하더라도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고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히고요.
다만 이러한 구조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손해율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암·뇌혈관·심장질환 등 진단비 보장 항목은 청구 가능성과 보장금액이 크기 때문에 장기 계약자들의 청구가 늘어날 경우 보험사의 손실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고려해 카카오페이손보는 보장 만기를 80세로 제한한 것으로 보인입니다. 최근 보험 소비자들은 평균 수명의 증가와 고령화에 맞춰 90세 또는 100세 만기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죠. 하지만 보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률도 그만큼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80세 만기 설정은 보험사의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 가능합니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가입 기간 연령과 보장 만기를 각각 49세, 80세로 설정한 이유는 모바일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익숙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리스크 관리도 당연히 부수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료 합리적?…납입 기간 20년 vs 50년 차이 커
카카오페이손보는 상품 출시와 함께 합리적인 보험료 수준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20세 여성이 기본형(순수보장형)에 가입하면 월 보험료는 1만3053원, 여기에 8가지 특약 패키지를 모두 추가하더라도 월 3만4692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는 80세까지 매달 보험료를 내는 전기납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통상적인 납부 기간인 20년납 구조로 설계할 경우 보험료는 더 높아집니다.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전통 보험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제 나이인 만 33세 여성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기본형에 특약 패키지를 모두 추가할 경우 전기납 예상 보험료(80세 만기, 47년납)는 월 5만919원, 20년납 예상 보험료는 월 8만4431원입니다.
든든형은 20년납 보험료가 월 12만5525원으로 예상됐고요. '그렇게까지 저렴한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죠. 납부 기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접근성 높지만…소비자가 직접 따져봐야
카카오페이손보가 건강보험 특약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묶었다는 점은 분명 장점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보장 내용을 소비자가 직접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전통 보험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 상품은 기존 건강보험의 복잡한 심사 절차와 상담 과정을 줄인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설계사의 설명 없이 가입하는 상품이라, 소비자가 꼼꼼히 알아보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어떤 보장이 적합한지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죠.
다만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에 접근하기가 쉬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 유입과 보험 문턱을 낮추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이란 점은 긍정적입니다. 결국 이 상품의 '핵심 경쟁력'은 소비자가 실제로 이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인가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플랫폼 보험판매 '시험대'
사실 다른 디지털 보험사들은 이미 건강보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신한EZ손해보험의 '신한 SOL 처음건강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여성맞춤건강보험', 하나손해보험의 '하나로 시작하는 건강보험' 등이 이미 시장에 출시돼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카카오페이손보의 행보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플랫폼 기반의 파급력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와 송금, 투자·보험 서비스 등을 통합 제공하는 국내 대표 핀테크 플랫폼으로 이미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죠. 강력한 트래픽이 디지털 보험 상품의 확산을 가능하게끔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미 여행자보험에서 그 저력을 확인한 바 있고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의 건강보험은 소비자들이 보험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채널의 다양화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대면 채널 대비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실제 소비자가 보장을 받아야할 때 불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어요.
보험업계는 카카오페이손보가 디지털 보험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상품 출시를 넘어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 유통 혁신이 가능할지 여부가 이번 상품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장기보험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면 디지털 보험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반대라면 '계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