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상품의 인기는 대단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말 모바일뱅킹 '뱅뱅뱅'을 출시하고 하루 최대 777명에게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777정기적금'을 한시적으로 선보였다. 하루 판매하려고 한 상품이 출시 한 시간만에 완판됐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디지털 전환은 대세가 됐다. SBI저축은행, 웰컴, OK저축은행 등 상위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형 저축은행도 지난해부터 모바일뱅킹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 약 1조7520억원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11위에 해당한다.

모바일뱅킹을 구축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저축은행은 업권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모바일뱅킹은 시공간 제한에서 자유롭다. 영업권을 전국으로 확대해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다. 수신 규모가 불어나면 대출 여력이 커진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모바일뱅킹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변화의 한복판에 서있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본점을 찾았다. 경영지원팀 소속의 배윤식 과장과 유지형 과장, 부천지점의 정은경 대리가 기다렸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7월 모바일뱅킹 '뱅뱅뱅'을 출시하고 '777정기적금'을 연이어 선보였다. 출범 한달간 25만명이 방문해 신규계좌 5만좌에 360억원을 유치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직원들은 전체 직원의 70%를 30~40대가 차지하고 있어 트랜드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왼쪽부터 배윤식 과장, 정은경 대리, 유지형 과장. [사진=이돈섭 기자/dslee@]

모바일뱅킹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리테일 사업을 보강한다는 차원에서였다. 이인섭 상상인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대표 취임 직전 리테일금융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전담해온 프로젝트다.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누가 사용해도 간편하고 쉽도록 설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소형 저축은행이 전산을 자동화하고 자체 앱까지 개발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 기획하기 시작해 올해 하반기 출시했으니 준비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이었습니다. 실무진 의견을 그때그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업무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됐습니다."

실제 회사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 간소화를 위해 결제라인을 대폭 축소했다. 매주 화요일 팀별 회의가 소집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했다. 중요한 이슈가 있을 경우 협의체를 꾸리고 그 안에서 의견도 교환케 했다.

777정기적금 아이디어가 나온 것도 바로 여기에서다. 타업권에서 이직해온 경영지원팀 소속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마케팅에 관심있던 해당 직원이 고민 끝에 제안을 했고 본부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조직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때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모바일뱅킹과 적금상품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한 시간만에 하루 할당량인 777명분이 완판됐다. 출범 한달간 25만명이 방문해 신규계좌 5만좌, 360억원 유치라는 기록을 세웠다.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고객은 자식들을 불러모아 모바일앱 설치를 권유하기도 했단다. 영업점에는 매일같이 사용문의가 쏟아졌다.

뒤바뀐 자산 순위도 되찾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줄곧 신한저축은행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가 올해 2분기 신한저축은행에 뒤처지다 모바일뱅킹 출시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경영진은 전체 대출에서 20% 정도를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은경 대리는 "유선 문의가 왔을 때 내방안내가 아닌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는데, 써본 분들은 이런 게 있었냐고 놀라기도 한다. 자식들에게 알려주신 분들도 계셨다"며 "모바일 앱이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노후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조한 것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선보인 모바일뱅킹 '뱅뱅뱅'과 '777정기적금' 특판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출범 한달간 25만명이 방문해 신규계좌 5만좌, 360억원 유치 목표를 여유있게 달성했다. 배윤식 과장(사진 가운데)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영이념 중 하나는 '직원이 행복한 회사'다. 행복은 복지로 실현한다. 여러 차원에서 복지에 돈을 아끼지 않으니 '직원을 챙겨준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일해야 한다는 의욕이 커졌다.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30~40대의 적극성도 한몫했다.

유지형 과장은 "저축은행이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며 "워킹맘에게 출산관련 복지카드를 제공하고 여행지원 제도를 만들어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속감과 만족감 향상에 도움됐다"고 전했다.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1972년 한진실업으로 설립된 이후 2007년 솔로몬상호저축은행 인수 등을 거쳐 2018년 상상인 산하로 편입됐다. 현재 유준원 상상인 대표이사가 상상인 지분 31.93%으로 상상인을 통해 저축은행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유준원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다.

저축은행 대주주는 금융당국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유준원 대표는 불법특혜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자칫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적격성 심사에서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상상인은 저축은행 보유지분 상당량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자칫 회사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인이 바뀌면 조직 내부에 적잖은 내홍이 치러진다.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산하 VI금융투자는 올해 10월 말 자산규모 16위 수준의 JT저축은행을 매수한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노사간 고용승계와 보상문제 등 이슈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직원들은 불안하지만 맡은일을 묵묵히 해낼 뿐이다. 배윤식 과장은 "재판은 아직 결론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말하기가 힘들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