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지난 24일 새로운 형태의 대고객 접점을 선보였습니다.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한 '디지택트 브랜치'가 그 주인공입니다.
디지택트란 '디지털'과 '콘택트'의 합성어입니다. 화상상담용 전용창구를 통해 고객과 영업점 직원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입니다. 대면과 비대면을 융합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걸맞는 시도로 볼 수 있겠으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데자뷔'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앞서 신한은행은 자동화기기에 화상상담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 라운지'를 2017년부터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택트 브랜치와 스마트 라운지의 차이는 뭘까 궁금했습니다.
디지택트 브랜치는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점에 두 개의 부스가 마련됐습니다. 부스에 들어가면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하드웨어도 대면상담에 준하는 장비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대형스크린, 화상상담용 스크린, 키패드, 손바닥 정맥 인식 장치, 신분증?인감 스캐너, 메모장 등이 돋보입니다. 독립된 공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깔끔하게 배치된 금융 서비스용 하드웨어로 고객은 마치 'VIP 1:1 상담'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빈 틈이 보입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직은 100%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디지택트 브랜치에 들어가 신용대출의 일종인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문의했지만 관련 서류(소득증빙, 재직증명서) 등이 없어 한도조차 알 수 없습니다.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쏠'을 통해 한도를 조회해 보라는 상담내용이 전부였습니다. 다른 은행 대면창구에선 직장정보 등을 구두로 알려주고 신분증을 보여주면 한도 등을 알 수 있던 것과 달랐습니다.
요즘 수신상품은 모바일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 더욱 금리가 높기 때문에(우대금리 항목에 '모바일 뱅킹 사용 시'라는 항목이 적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상품에 가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IRP는 '디지택트 브랜치'에서 제공하는 상품 가입 매뉴얼에 없어 가입이 어렵다며 창구를 이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디지택트 브랜치에서 상담한 내용은 모바일 뱅킹이나 대면 창구를 이용해 달라는 답으로 귀결됩니다. 오히려 신한은행이 기존에 설치해놓은 '스마트 라운지' 에서 더욱 정확한 답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서소문역 지점에는 화상상담 기능이 추가된 자동화기기(ATM) 스마트 라운지가 있습니다. 디지택트 브랜치와 다른 점은 수화기를 통해 상담원과 상담한다는 점, 서서 이용해야한다는 점, 인감스캐너가 없다는 점 세 가지입니다만 더욱 많은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스마트 라운지에도 '신분증 스캐너'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공과금 고지서가 없더라도 신분증만으로 나의 지방세 등 세금 명세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곧장 그 자리에서 납부도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원과 통화하며 필요한 절차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디지택트 브랜치에서 '매뉴얼에 없다'며 일언반구에 거절당한 IRP가입의 경우 상담하던 상담원이 전문 상담원을 따로 연결해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가입 절차까지 안내합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택트 브랜치와 스마트 라운지가 겹치는 기능이 아직 많다"면서 "디지택트 브랜치에서는 더욱 상세한 상담이 가능하며 앞으로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택트 브랜치를 향후 소형화 점포, 무인점포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다만 창구에서 상담원과 상담하는 고객 중 대다수가 비대면으로 금융 서비스를 누리기 힘들어 영업직원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라는 점,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고객이라는 점 등을 짚어보면 '디지털 소외계층'을 포용하기에 디지택트 브랜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기존의 스마트 라운지와 디지택트 브랜치의 차별화 역시 하나의 과제입니다. 두 서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부터 필요로 하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상담직원 근무시간) 등 아직까지 디지택트 브렌치의 장점이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종합하면 디지택트 브랜치의 첫 모습은 '멋들어지게 포장한 스마트 라운지'였습니다. 향후 신한은행이 디지택트 브랜치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채워나갈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혁신을 담는 방법을 강구해 내지 못한다면 금융권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때마다 늘 따라붙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