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회사 이름을 종전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변경하면서 불거진 갈등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테이블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 노사는 2019년 임단협을 위해 16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대화가 중단됐다. 다른 은행의 경우 이달 초 모두 2019년 임단협을 마쳤지만 하나은행만 임단협을 종료하지 못하고 있다.
◇ 노사, 2019년 성과급 지급에 이견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는 이유는 성과급이다.
사측은 노조에 지난해 성과급으로 140%를 지급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노조는 이러한 의견이 올해 3월 갑작스럽게 협상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점, 지난해 성과인데도 올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급 비율을 낮췄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한, KB, 우리 등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성과급으로 200% 가량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발생하면서 여건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은 2019년 성과에 따른 것"이라며 “이에 맞는 성과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를 하고 싶다면 사전 임단협 당시 안건을 올렸어야 하는데 사측은 이를 긴급한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며 "여기에 유연근무제나 연차휴가 의무사용 일수 확대 등의 안건도 갑작스럽게 올린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부 안건은 회수 후 차후 있을 협상에서 다시 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성규 은행장이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는 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는데 올해 초 노사 상견례 이후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 은행장(현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경우 수차례 협상 테이블 등에서 대화했던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임단협에는 은행장의 위임을 받은 임원이 참석하고 있다"며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굳이 은행장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노사간 임단협 조정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최악의 경우 파업에 나설 명분을 갖게 됐다.
노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서 파업이라는 수까지 가고싶은 생각은 없다"며 "사측과 대화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임금 넘어 KPI·회사명 갈등도 이어져
임금뿐 아니라 근무 환경 개선 등을 두고도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노조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생황에서 직원들이 적시적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화에서는 직원들이 적시적소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실적 목표를 하향 하는 등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KPI를 조정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 상황"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KPI를 조정한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미 연초에 목표 설정을 5%가량 줄인 바 있다. 1분기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나 시장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이름과 관련된 부분도 갈등의 골이 좁혀지지 않는 요인 중 하나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 31일 회사명을 종전 KEB하나은행에서 KEB를 뺀 하나은행으로 바꿨다. 하나금융그룹 내 유일하게 브랜드명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일원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합병당시 외환은행의 역사를 보전하기 위해 행명에 외환 혹은 KEB를 붙이기로 했으나 합병 5년만에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항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합병당시 간판 교체 비용만 200억원이 넘게 발생했는데 5년만에 또다시 행명을 바꾸면서 8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며 "외환은행의 역사도 저버리고 비용까지 낭비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노사간 갈등이 있는 부분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