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이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 초대 대표이사에 황효구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을 내정했다. 황 대표는 은행에서 글로벌 사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경쟁 금융지주사의 보험계열들이 요새 가장 '핫'한 요양사업에 모두 보험 경력자들을 자리에 앉힌 것과는 대조되면서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

황 대표는 1969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나와 1994년 옛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글로벌 사업은 2006년 중국 상해 지점에 발령되며 본격적으로 담당했고, 2019년 하나은행 글로벌사업부 팀장으로 국내에 복귀했다. 이후 글로벌사업본부장, 글로벌그룹장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금융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관련기사: 하나생명, 요양사업 본격 진출…어떤 요양시설 선보일까(6월17일).

황효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 대표

요양사업 이끌 CEO, 글로벌사업 전문가

황 대표의 이력은 경쟁 금융지주의 요양사업을 맡은 대표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르다. 

KB금융의 KB골든라이프케어는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출신의 안상봉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안 대표는 KB손보에서 방카슈랑스사업부에서 2003년부터 15년 동안 이력을 쌓았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감사파트에 몸담았다. 이후 2024년 KB골든라이프 대표 자리에 올랐다. 내부에서 실무와 리스크 관리를 고루 경험한 인사다.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 역시 옛 신한생명 출신으로 투자금융·부동산금융·퇴직연금영업 등 보험 관련 업무를 두루 거쳤다. 이후 신한라이프 퇴직연금본부장을 거쳐 신한라이프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신한금융플러스에서 요양 및 시니어 하우징 서비스를 담당하는 LC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실질적인 관련 경험을 쌓은 뒤 신한라이프케어 대표에 선임됐다.

이와 달리 황효구 대표는 보험·요양사업 관련 직접적인 경력이 전무하다. 특히 황 대표가 경력을 쌓은 주요 무대가 중국 중심인데 이 역시 요양산업과는 거리가 먼 국가이기도 하다.

일본 처럼 요양산업이 체계적으로 발달해 온 국가와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만큼 요양 관련 제도나 사업모델이 국내보다 훨씬 앞서 있고 한국의 요양산업이 참고하는 대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우리금융 역시 일본 사례를 연구, 시니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채비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험사 품는 우리금융, 시니어 신탁·간병보험 내놓나(6월18일).

'신사업' 혁신 노하우 기대

다만 오랜 글로벌 사업 경력을 통해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배우고 강한 추진력으로 신사업을 이끌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나생명도 황 대표에 대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장기간 글로벌 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외 사정에 밝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 신사업에 적합한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의 시니어 전략은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아젠다이다. 그룹의 전략을 이해하면서 그룹과의 소통을 통해 요양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HANA THE NEXT)'를 출범하고 시니어 세대가 필요로 하는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라이프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나생명은 현재 대기율이 높은 도심지역에 요양 시설 설립을 우선 추진하고 나아가 재가 요양, 서비스형 시니어 주거 사업을 차례대로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황 대표가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의 지휘봉을 잡아 초기 조직을 다잡고 그룹 시너지를 이끌어낼 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