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서민금융 지원 등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법정 최고금리는 2금융권(저축은행·보험·카드 등)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의 금융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서민금융 공급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업계가 여전히 경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정리가 한창인 가운데 대출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대출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명과 암'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0%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대 대선후보 시절 법정 최고금리 10%대로 인하 등을 강조했고, 지속적으로 서민금융 지원 강화 기조를 유지한 만큼 향후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전 정부들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 것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변경된 최고금리와 기존 최고금리 사이의 금리를 이용하던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가령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졌는데, 이전 최고금리 24%와의 사이인 20~24%대의 금리를 이용하던 차주는 최고금리 인하로 20%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기대효과 뿐 아니라 부작용도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출 공급자들의 수익이 줄면서 서민금융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는데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코로나19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후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 기조로 전환되며 자금조달 비용이 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율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업권의 대출이 축소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저성장으로 인해 예전과 달리 최고금리 규제가 대부업 외 저축은행업권에도 구속력을 갖게 됐다"며 "불법사금융 시장 규모도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층인 서민 대출 접근성을 저하시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조심스럽게 결정돼야 한다"며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거나 경제상황이 좋아져 신용원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공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힘겨운 저축은행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서민금융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 주도 아래 부실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PF 정리에 성과를 낸 곳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등이 대출 공급 등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부실PF 확 준 저축은행, 대출 확대 시동걸까(5월23일)

특히 건전성 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다. 저축은행 1분기 순이익은 44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체율은 9%를 기록하며 악화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84%포인트 악화된 13.65%, 가계대출은 0.19%포인트 오른 4.72%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채권 감축을 위한 매각·상각 등 자구노력에도 연체 여신 증가와 여신 규모 감소로 인해 연체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저축은행의 대출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저신용자들의 신용 리스크와 조달비용 등을 감안하면 신용원가(대출금리)가 최고금리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 관련)정책이 구체화되지는 않아 상황을 봐야겠지만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