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이례적으로 하반기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삼성카드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뒤 실적 방어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희망퇴직과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작년말 신한금융지주는 이같은 신한카드의 실적 악화로 현 박창훈 사장으로 CEO를 교체, 사실상 조직혁신을 주문했다. 실제 이번 조직 개편은 박창훈 사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 조직 효율성과 성과 중심 문화 정착을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다.
조직 슬림화 방점…팀장급 28% 감축
18일 신한카드는 기존 4그룹 20본부 81팀 체계에서 4그룹 20본부 58부 체계로 재정비하는 등 '대부제(大部制)'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팀별 핵심 기능을 부(部)를 중심으로 통폐합해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는 한편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해 조직내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하겠단 방침이다.
우선 신한카드는 페이먼트(payment) 경쟁력 강화를 위해 페이먼트 기술을 개발하는 '페이먼트 R&D팀'과 영업 전략을 총괄하는 '영업기획팀'을 '영업기획부'로 통합했다.
'고객마케팅팀'과 '미래고객팀'은 '고객마케팅부'로 통합했다.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세대별 특화 마케팅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고객마케팅부가 전담한다.
아울러 신용·체크·선불에 이르기까지 전사에서 운영 중인 상품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상품R&D팀'과 '체크선불팀'을 '상품R&D부'로 통합했다.
파트 조직은 기존 36개에서 12개로 축소했으며 채널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CRM센터, 금융센터 등을 본사 모(母)조직의 직접 관리 체계로 일괄 전환했다. 기존에는 CRM센터, 금융센터 등을 센터장이 별도로 운영했다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선 각 업무와 관련된 본사 조직이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신한카드는 조직 개편에 맞춰 하반기 인사도 단행했다. 성과와 역량 중심의 조직장 인사를 실시하고 '팀장(부서장대우)'를 신설했다. 팀 단위 조직이 부 단위로 통합되다 보니 팀장급 자리도 28%가량 줄었다.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다. 대상자는 1968년부터 1979년생 직원으로 퇴직자는 퇴직금, 최대 30개월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이번 개편은 박창훈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추진된 조직개편으로 지난해 말 62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추가 감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삼성카드에 밀린 '1위' 되찾으려면…
신한카드가 하반기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수년간 지켜온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수년간 지켜온 카드업계 1위 자리를 내준데 대해 사실상의 책임을 물어 문동권 전 사장을 교체하며 박창훈 사장을 대표로 새롭게 선임했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신한카드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인력 감축을 통한 고정비 절감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은 본격적인 '비용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전환 신호로 풀이된다.
신한카드가 삼성카드에 뒤처진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7.8% 감소한 5721억원을 기록한 반면 삼성카드는 665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1위를 탈환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역시 신한카드(1357억원)보다 삼성카드(1844억원)가 487억원 앞섰다. ▷관련기사: 삼성카드에 순익 1위 내준 신한카드, 희비 가른 '이것'(2월10일).
특히 삼성카드는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고, 그 결과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1인당 생산성은 3억2721만원으로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한카드의 1인당 생산성은 2억1731만원으로 △KB국민카드(2억9798만원) △하나카드(2억9413만원)보다도 낮았다.
결국 신한카드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낮은 인당 생산성이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력 대비 수익 창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하지 않고서는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는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사업 구조 재편에 방점을 뒀다"며 "조직 쇄신과 체질 개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