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계획을 아직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의 재무 건전성을 감안할 때 조속한 계획 제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금융감독당국에 자본확충계획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과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지난달 롯데손보가 약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풍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롯데손보가 자본확충과 관련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회사 측은 재공시 기한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자본확충 지연에 금감원 '우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최근 재무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자본확충 계획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롯데손보로부터 자본확충계획을 제출받은 바 없다"면서 "롯데손보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자본확충계획 제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1분기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119.93%(예외모형·경과조치 후 기준)로 전년 말(154.6%)보다 34.7%포인트 떨어졌다.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101.60%로 집계됐다. 원칙모형을 적용한 킥스 비율은 82.82%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롯데손보 '적자에서 흑자로'…금감원, 사업보고서 검증 나섰다(3월24일).
이처럼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기존 규정상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려면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하며, 150% 미만일 경우에도 △상환 후 100% 이상 유지 △자본적 성격의 대체자금 조달 △중도상환 가능 계약서 명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규제완화로 허들 낮아졌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조기상환과 관련된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기존보다 낮은 기준으로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금융위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130% 이상인 경우 자본적 성격이 강한 대체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등의 요건도 면제했다. 또 130% 미만인 경우에도 '상환할 자본증권의 금리조건이 현저히 불리해야 중도 상환할 수 있다'는 금리 제약 요건을 삭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이 구조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상황이라, 금리가 높고 가산금리까지 붙으면 보험사가 컨트롤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규정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환 발행이 관건…투자 수요 확보는 '미지수'
롯데손보는 지난달 900억원의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스텝업 조항이 발동돼 금리가 상승했고 시장에서는 신뢰도 저하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 확대 우려도 나왔다. ▷관련기사: 답 없는 롯데손보, 자본확충도 새 주인찾기도 '난망'(5월9일).
이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규제 완화로 롯데손보는 보다 다양한 조달 옵션을 갖게 됐다. 그러나 '자본적 성격의 대체자금 조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양질이거나 동질의 자본을 수익성 등을 고려해 감당 가능한 조건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진입장벽은 존재한다.
특히 대체발행은 기존 후순위채 상환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상환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실질적인 해결책은 차환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인데,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다. 업계는 롯데손보의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에 금감원 뿔났다…"계약자 보호 우선"(5월8일)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경우 차환 발행을 위한 투자자가 모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금리 요건이 걸린 상황이었다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 예정됐던 만큼 유연하게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