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금융 정책에 은행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배드뱅크 등이 새 정부 출범 초반부터 힘을 받고 있는데 관련한 구체적인 자금 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아서다.

은행권에서는 어떠한 형식이든 "직간접적으로 은행 재원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개인금융채권을 양수할 수 있는 자격을 비영리법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동안에는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주빌리은행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배드뱅크 운영 방식 중 하나로 주빌리은행이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주빌리은행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설립됐다.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개인채무탕감에 나섰던 비영리법인이다. 부실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으로 매입해 채무자가 원금의 7%만 상환하면 나머지 빚을 모두 탕감해 줬다.

금융당국은 우선 장기 소액연체 채권 규모를 파악 중이다. 코로나 기간 대출을 받아 올해 9월까지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대출은 49조9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이 빚 탕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에 따라 채권 규모는 달라질 전망이다. 조만간 이 채권을 사들이는 데 투입될 자금 규모도 대략 산정될 전망이다. 과거 주빌리은행은 금융사에서 부실채권을 기부받거나 민간 모금으로 채권 매입 재원을 마련했다. 

A 은행 관계자는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금융사에 손을 벌릴 것"이라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 외에도 새 정부는 대환대출 지원 등 은행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카드들을 순차적으로 꺼낼 전망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꾸는 대환 프로그램은 이르면 오는 하반기에 가동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 자리가 채워지면 금융 정책 드라이브가 세게 걸릴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재원 마련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그랬듯이 은행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회공헌 형식으로 은행 자금이 투입될 상황도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4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사회공헌 활동에 1조9000억원 가량을 썼다. 상생금융에도 2조원을 투입했다. 

C 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출한 상생금융 규모도 상당한 편인지라 새 정부 금융 정책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취약계층의 대출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최대한 협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