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은 오는 9일부터 수도권 소재 1주택 차주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 2주택 이상 차주의 대출을 제한해 왔는데 이보다 문턱을 더 높인 것이다. 이달 2일부터는 대면 전세자금 대환대출 취급도 일시 중단했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정책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하반기 대출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다음 달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앞두고 막차 대출 수요가 몰려들고 있지만 연간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현장에서]금리 인하기 3단계 스트레스 DSR, 대출 줄일까(2025.05.21)

은행들은 지난해 여름 가계대출 폭증으로 하반기 대출 관리에 애를 먹은 바 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직전이었던 지난해 8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1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게 문제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대출을 관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주문했고 이 때문에 은행들은 연말까지 대출 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KB스타아파트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를 3.7%에서 3.87%로 0.17%포인트 올렸다. 다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일일 접수 한도는 기존 150건에서 500건으로 늘렸다.

가계대출 잔액은 최근 두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48조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9964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3조6616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2316억원 늘어났다. 

반대로 대출 문턱을 낮춘 은행도 있다. 연초부터 가계대출을 조절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4일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지역이나 자금용도에 관계없이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다. 만기를 연장하면 DSR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각종 전세 대출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인 '하나원큐 아파트론'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렸다.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두 은행도 가계대출을 계속해 완화하긴 힘들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3월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상황이 지나면서 국가부채비율은 늘고 개인부채는 줄었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나 가계부채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조는 유지 중이다. ▷관련기사: [이재명 시대]가계부채 어떻게 될까…경기 어려운데 더 팍팍해지나(2025.06.05)

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나 한도 확대 등에 대해 고객들 기대감이 높다 보니 두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연간 대출 총량을 규제해야 해 대출 성장 속도를 보며 대출을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