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4일) 취임선서 후 "민생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영향권에 있는 은행들도 관련 공약 살피기에 잰걸음에 나섰다. 핵심 공약이었던 취약계층 금융지원부터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새 정부와 손발을 맞추면서도 비금융업과 가상자산업 등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달라는 건의도 할 계획이다. 

4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민생회복과 경제를 강조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소상공인 및 가계 대상 대출 상환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소상공인 금융과 경영부담을 완화해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먼저 가산금리를 손질해 대출금리 부담을 덜 구상이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출 한도도 늘릴 전망이다. 이자부담 완화 차원에서 대환대출도 독려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대선 이후…가산금리 손질 '은행법 개정안' 급물살 탈까(2025.06.02)'소상공인' 공약 쏟아내는 정치권…동원령 재현될라 은행권 '울상'(2025.05.14)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율촌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및 기업 영향 분석' 리포트를 통해 "금융 취약계층 지원 공약은 궁극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면서 "통상 정부는 가급적 부담을 줄이고 금융권 공동출연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왔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이 재원 형성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도 준비를 시작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약 위주로 검토 중"이라면서 "취임식에서도 강조했던 민생회복에 초점을 맞춰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대출 부담 완화 차원에서 서민금융 한도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저금리 상품을 늘리는 방안이다. 이재명 대통령 정책집에는 '선량한 채무자 금융보호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있어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채권소각 대상에 포함하거나 대출금리를 하향하는 등의 관련 논의도 은행권 공동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자생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 공통 의견으로 나와 그 일환으로 연체금 부담부터 덜게 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면제,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 등을 포함한 포용금융 정책이 전면 추진될 수 있어 관련한 대응도 은행권 공동으로 준비할 것으로 점쳐진다.

법무법인 세종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던 포용금융 정책이 대폭 확대 개편된 포용금융 시즌2 방식이 유력하다"면서 "금융회사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사회적 압력도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4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은행들은 서둘러 각종 건의 사항도 새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각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급들은 오찬 간담회에 모여 가상자산업과 비금융업 진출을 요청하는 건의 사항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서 은행들은 현재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하는 등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을 조성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금융업법상 은행 업무 범위에 가상자산업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숙원인 비금융업 진출도 이번에 강력하게 요구할 구상이다. 은행은 규제 때문에 다른 산업 진출이 사실상 금지되어 왔다. 현재 알뜰폰, 배달앱과 같은 신사업을 시작한 곳도 있지만 이 또한 금융업과 연계해 영위 중이다.

이 밖에도 초안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통합 정보공유 및 분석 시스템 구축 △투자일임업·신탁제도 개선 △해외 진출 활성화 △은행 제재 사유 구체화 등이 담겼다.

은행들이 함께 마련한 은행권 주요 건의 사항은 향후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새 정부에 전달될 전망이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공약을 분석한 법무법인 세종은 "금융회사들은 정책 시행에 따른 재무적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