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카드 기반 본인확인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주도의 인증 방식과 민간 인증서의 확산이 카드 본인확인서비스의 입지를 좁힌 결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은 낮은 이용률과 사용자 편의성 부족 등을 이유로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오는 6월 30일부터, 롯데카드는 오는 7월 31일부터 카드 본인확인서비스를 종료한다. 앞서 비씨카드는 2023년 10월 23일부터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편의성 높다 예상했는데…"이용률 저조"
본인확인서비스는 온라인·모바일 상에서 회원가입이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성인인증, 금융거래 등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인증수단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 번호나 카드 등 간단한 정보로 본인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고 민감한 정보인 주민등록번호 도용이나 유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본인확인 방법은 △아이핀 인증 △휴대폰 인증 △신용카드 인증 △인증서 인증 등 4종이다.
카드 본인확인서비스의 경우 자신의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실행 △휴대전화 ARS 연결 △카드사 홈페이지 접속 후 비밀번호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017년 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7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비씨카드)를 신규 본인확인 기관으로 조건부 지정 의결했다. 방통위는 당시 시범서비스 완료 후 서비스의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 일부 항목의 보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카드사들은 조건부 이행 결과를 제출했고 이듬해인 2018년 상반기부터 본인확인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방통위는 신용카드는 국민 대다수가 보유하고 있고 앱 카드로 간편인증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본인확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본인인증서비스가 새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통신 3사의 경우 제휴 사업자로부터 받는 본인확인서비스 수수료는 건당 30원가량으로 연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휴대폰 본인확인서비스 대비 저조한 이용률로 고객 편의 증진 기여도가 낮았고 이 때문에 수익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 고객 감소가 가장 큰 이유"라며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해당 서비스 유지 비용 대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인증 수단 많은데 굳이?
실제 본인확인서비스는 통신 3사가 주도해왔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증이 간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보편화된 방식은 문자(SMS) 인증이나 패스(PASS) 앱을 통한 인증이다.
사용자는 온라인·모바일 본인인증 창에서 통신사를 선택하고 인증방법으로 문자나 패스 앱을 선택한 뒤 이름·전화번호를 입력한다. 이후 문자로 온 인증번호를 입력하거나, 패스 앱에서 인증을 진행하면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반면 카드사 본인확인서비스의 경우 카드번호가 본인확인의 기반이 된다. 카드번호 16자리와 카드 유효기간, 보안코드(CVC코드)를 입력해 본인확인을 하는 것은 전화번호 입력 방식 대비 편의성이 떨어진다. 스마트폰 앱 카드 실행 후 본인확인번호 6자리를 입력하는 방식도 있으나, 앱 카드 실행이라는 절차때문에 사용자들이 번거롭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게다가 은행이나 빅테크 등 민간 인증서 사업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모두 민간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고 올해는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새롭게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됐다. 토스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민간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인증서나 문자 등 카드사 외에 본인확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빅테크 기업의 민간 인증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카드사 본인확인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적어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