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지명된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쉽지 않은 임기 초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있었던 연이은 금융사고로 인해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여전히 짙다는 점도 문제다. 검찰수사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어 임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이는 향후 정진완 은행장 거취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을 전망이다.
임종룡 꼬리표 붙은 정진완, 쇄신할까
우리금융지주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지명했다.
우리은행이 차기 먹거리로 기업금융을 점찍은 상황인 가운데, 중소기업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그를 선임해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겠다는 게 우리금융 자추위의 설명이다.
그는 종로3가 지점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은행 내에서 대표적인 기업금융 '영업통' 으로 꼽힌다.
우리금융 자추위가 그를 선임한 또다른 주요 이유는 조직쇄신을 이끌 리더라는 점이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은행장 후보군 중 가장 젊은 그를 발탁해 세대교체와 동시에 조직 쇄신을 이끌 인사로 꼽았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은행장 중에서는 젊은 편에 속한다. 5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은행장 혹은 차기 은행장 후보중 가장 젊다. 시계를 전 은행권으로 넓혀봐도 그보다 젊은 은행 CEO는 강정훈 iM뱅크 대표(1969년생),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1971년생)와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1973년생) 정도다.
다만 그가 조직을 쇄신하는 과정이 순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현재 우리은행이 직면한 조직 쇄신 중 하나는 우리은행 내 연이은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 계파 갈등을 청산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상징성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정 부행장이 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혀왔다는 점 때문이다. 정 부행장은 과거 런던 지점에 재직할 시절 런던 재경관으로 일하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긴 했지만 이미 은행 내에선 '차기은행장은 정진완'이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전해져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취임 직후 내외부에서 본인과 친분이 있던 인사를 우선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라며 "정 후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주 회장과의 인연에 대한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취불안 임종룡…정진완 '임기'에도 영향줄까
정진완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기간은 2년으로 2026년 12월까지 우리은행을 이끌 예정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금융당국이 임종룡 회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책임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우리금융지주와 임종룡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임종룡 회장 재임 기간에도 불법대출 사례가 발생한 사실을 추가 적발했다는 점을 밝히며 "불법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중 중간 발표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연이어 밝혀왔지만, 사실상 이복현 원장이 임종룡 회장의 자진사퇴 압박을 이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더욱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의 업무 영역 확대, 보험사 인수 등에 대한 인허가를 금융당국에 요청해야 하는 입장으로 이같은 상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만약 임종룡 회장이 사퇴를 결정할 경우 정 후보의 거취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기업의 CEO가 바뀌면 신임을 묻는 차원과 CEO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계열사 CEO들은 사직서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만 해도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임기를 완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우리금융지주는 곧장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나선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약 임 회장이 바뀐다면 임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사를 차기 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로 계속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장 임기를 보장한다고 해도 회장과 행장간 불협화음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